[바디버든]EWG 스킨딥 등급의 함정

2019-09-30



EWG 스킨딥 1등급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는 2가지 이유


성분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EWG 스킨딥 등급과 EWG 등급의 2가지 함정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스압 주의 ㅎㅎ)



EWG 스킨딥 등급이란?


EWG는 미국의 비영리 시민환경단체 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약자로 다양한 생활화학제품 원료의 유해성을 분석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EWG 스킨딥 유해성 등급 기준


여기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를 EWG Skin Deep이라고 부르는데요, 각 원료들을 1부터 10까지 단계별로 구분하고 누구나 보기 쉽게 신호등 색깔로 원료의 유해성 등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주 직관적이죠?


EWG 스킨딥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알 권리도 많이 향상되었고 화학제품 시장에 좋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화장품 성분분석 앱 "화해"의 근거로 사용되면서 화장품 제조회사들이 성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제품을 만들게 된 좋은 자극제가 되었죠.


화알못(화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숫자와 색깔만으로 직관적으로 정보를 얻게 해 준 고마운 EWG!


하. 지. 만!!!!!!!

문제는 유해성 판단이 눈에 보이는 유해성 등급 숫자가 다가 아닌 것에 있습니다.




함정 1: EWG 스킨딥 등급은 데이터 등급과 반드시 함께 봐야 한다.


사실 EWG 스킨딥은 아래와 같이 원래 유해성과 데이터 등급 2가지로 구성되어 있고, 유해성 등급과 데이터 등급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유해성이 1-2등급 이어도 데이터 등급에 따라서 의미하는 바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EWG 스킨딥 유해성 등급과 데이터 등급 기준 


데이터 등급은 해당 원료의 유해성 등급 판정에 사용된 연구결과가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를 알려주는 표시입니다.


같은 1등급이지만 데이터 등급에 따라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해석해 보겠습니다.



EWG 1 + Data Robust

: 충분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해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EWG 1 + Data None

: 뒷받침할 연구 결과가 없어서 유해성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둘 다 ‘유해성이 낮다’ 이지만 의미하는 바가 사뭇 많이 다르죠?


EWG에서 스코어를 매기는 기준이 안전성이 아닌 유해성이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아예 없는 화학성분은 등급 1로 시작해서 ‘유해하다’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유해성 등급이 높아지는 시스템입니다.


데이터 등급이 Limited 또는 None 인 경우는 연구를 하지 않는 이상 이 성분의 안전성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즉, 데이터가 없으면 유해성이 1-2등급이라고 해서 절대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닌 겁니다.



최근에 아래처럼 성분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EWG 그린등급이라고 홍보하는 제품들을 종종 보셨을 거예요.




이렇게 데이터 등급 없는 유해성 등급은 그 자체로는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원료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런 반쪽짜리 정보만 보여주고 ‘안심하고 쓰세요!’라고 업체에서 아무리 얘기한들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제품을 구매할 때 기업의 마케팅 문구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정말 그러한가 꼼꼼히 살펴보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유해성 등급도 낮고 데이터도 충분하면 100% 안심할 수 있는 원료일까요?


안타깝지만 정답은 No입니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함정 2: 합성화학성분은 원료의 오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화학 성분들은 그 성분 자체는 저자극이지만 제조 합성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관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것은 왜냐! 화학 원료는 합성할 때 원료들이 100% 반응하지 않아서 잔여물이 남거나 합성 후 의도치 않은 다른 성분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만약 A 원료와 B 원료를 합성해서 C 원료를 만든다고 할 때,


A + B -> C

A와 B가 100% 반응해서 결과물이 C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A + B -> A’ + B’ + C + D

반응하지 않은 A의 잔여물과 B의 잔여물, 의도했던 C,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미지의 D 성분이 합성의 결과물로 나옵니다.


A나 B 원료, 또는 의도치 않게 발생한 D 원료가 발암물질인 경우 C 성분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이를 Contamination concerns이라고 합니다.


합성 계면활성제로 세정 제품에 많이 쓰이고 ‘코코베타인’으로도 불리는 원료, 코카미도프로필베타인을 예로 들겠습니다. 원료인 디메틸아미노프로필라민(알레르기 유발 물질) 자체가 발암성분인 아크릴로니트릴로 합성될 뿐만 아니라, 디메틸아미노프로필라민과 아미도아민(이것도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아민 계열의 화학물질로써 다시 합성과정을 거쳐 니트로사민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을 생성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 다른 예시로 점증제로 많이 쓰이는 카보머도 합성 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을 용매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카보머의 EWG 스킨딥 등급 


카보머의 경우 EWG의 유해성 등급 1, 데이터 등급은 Fair 이기 때문에 2가지 등급만 확인한다면 자칫 발암물질의 오염 가능성을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벤젠을 용매로 카보머를 합성하는 것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시중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카보머는 벤젠의 오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벤젠 외의 다른 용매로 합성한 벤젠-free 카보머를 사용하는 곳도 가끔씩 있으니 한번 더 눈여겨 확인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읽으시면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 새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나하나 따지려니 너무 복잡하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쯤에서 한 번 짚고 가야 할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해성 판단에 있어서 그 무엇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EWG와 현존하는 연구 결과도 우리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참고 도구일 뿐 어떤 정보도 화학성분의 안전성을 100%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오늘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물질도 내일은 생각지도 못한 유해성이 발견될 수 있으니까요. 화학물질의 세계는 너무나 방대하고 변수도 많고 앞으로도 많은 추가 연구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낙담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선에서 생활 속 유해물질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주체인 우리가 많이 알아야 되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정보들이 많이 많이 공유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는 만큼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오랜의 궁극적인 미션은 모든 사람들의 일상을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깐깐하고 복잡해 보이더라도 나와 내 가족이 최대한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EWG의 맹점을 보완한 더 보수적이고 까다로운 자체 안전성 기준으로 생활용품들을 셀렉하고 최선의 제품들만 소개해드릴 예정이에요.


할 일은 많고 아직 갈길은 멀어 보이지만 묵묵히 한 발자국씩 내디뎌볼 생각입니다. 아직은 작지만 오랜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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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건강하게,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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